내가 한 가지만 더 붙인다면, 끝맺음. 뒤처리지. 여러분들 어렸을 때 어머니한테서 그런 소리 안 들었는가 모르겄어. “아이고 나는 느그들 뒤치다꺼리 하다가 벙신 다 된다 내 젊음 다 간다 이 원수들아!” 밥 먹고는 수저 젓가락 개판으로 만들어 놓고 놀러가블고. 어머니는 그럼 다 치우고. 다 커 가지고도 집에 오면 양말 허물 벗듯이 벗어놓고 엄마 빤스! 하고 애기들 같이 속옷도 달라 그러고 입고 나와블고, 성인이 됐으면서 주체적인 인간이 됐으면 자기가 개인적인 거 뒤치다꺼리, 뒷마무리 끝맺음을 해야제. 나는 그래요 사람 볼 때 다른 거 안 봐.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끝맺음 뒤치다거리요. 내가 전남대 학생회장이었던 박관현이를 처음 만난 날이 무슨 날이었냐면 농민 대회를 하던 날이었어요. 성당 마당에 솥 걸어놓고 30여명이 동원돼갖고 농민들 팔 백 명 세끼 식사를 우리가 밥을 해서 마련해 주었어요. 학생들 청년들 운동하는 사람 부인들 총 동원해가지고 내가 식사반장이 돼가지고 솥단지 걸어놓고 국통 걸어놓고 그때 나 발톱까지 빠져부렀는데 난리를 치면서 팔백명치 식사 세끼 하겠다고 눈보라 치는데서. 그 일을 하고 있을 때 박관현이를 만났다고. 이제 행사가 대충 끝나니까 전부 강연장에 들어가분다 뭔다 행사장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가븐 거야. 어두워져 가는데, 차가운 바람은 부는데 나는 정신없이 뒷마무리 하잖아. 담배한대 피우고 오려는데 딱 한사람이 꼼지락거리고 있어, 많이 못 보던 얼굴이야. 이렇게 보니까 아까 소개받았던 박관현이야. 숟가락 젓가락 빠진 거, 팔백명분이니까 감당을 못하지. 그릇을 빌려왔거든, 돈 주고. 그거를 탁탁 자리별로 싸갖고 보내야돼. 그 일을 관현이 혼자 하고 있네. 너 됐구나. ... 뒷마무리 끝맺음 그게 중요한 거야. 이것이 운동가들이 맡아야 할 일이야. 우리들이 지배계급만 나무랄 거 아니에요. 그걸 용인하고 묵인해왔던, 침묵해왔던 사회 구성원 모든 책임이에요. 이 사회의 모순, 부조리, 범죄, 병패. 그것을 정리하고 청소하기 위해서 나서는 것이 운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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