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귀국한 윤한봉이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온 사회에 에너지가 꽉 차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에너지는 기분 좋은 에너지가 아니라 무언가 어지럽고 숨이 막히는 답답한 에너지였다. 그는 이 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 끝에 1년이 지난 후에야 무질서와 혼란 속의 탐욕과 경쟁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다. 탐욕과 경쟁은 귀국한 윤한봉의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미국의 밀가루 원조에 의존해야 했던 극빈국에서 불과 30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은 졸부들이 흔히 겪는 천박한 문화 증상을 겪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 국내에 살아온 이들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이에 적응해 나갔지만 불쑥 돌아온 윤한봉에게는 낯선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는 한탄했다. ‘귀국 후 나는 변화된 조국 사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엄청나게 돈이 많은 사회, 그러나 정신도 혼도 원칙도 질서도 없고 꿈과 감동도 없는 사회, 악독하고 살벌한 사회, 허세와 과시와 쾌락이 넘치는 사회… 사람의 생명은 별것이 아닌 사회가 되어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