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로 뉴욕의 운동권 원로의 한 명이던 김수곤은 윤한봉에게 반해 25년이나 뉴욕 마당집 이사장을 하는 사람이다. 다소 나중의 일이지만, 그는 윤한봉에게서 동학의 창시자 최시형을 떠올린다. 윤한봉은 자기보다 15살 많은 김수곤 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어색할 정도로 깍듯이 어른 대접을 했다. 그러나 그는 거꾸로 윤한봉을 선생으로 모셨다고 말한다. “농담도 잘 안 하는 사이였습니다. 연령은 나보다 작지만 내가 항상 선생으로 모셨으니까요. 우리 뿌리 공부를 하면서 동학공부를 좀 했습니다. 공부 모임에서 동학공부를 3년을 했어요. 언제부터 동학공부를 했냐하면 2000년부터 했습니다. 그 전에는 물론 딴 걸 여러 가지 했죠. 근데 인제 동학공부를 해보니까 무슨 생각이 나는가하니 해월 선생 있죠, 최시형 해월 선생. 해월 선생이 보이더라고요. 생전 처음 만난 사람을 사로잡는 그런. 그래 나는 항상 그 양반 별명이 최보따리, 보따리거든요. 윤한봉 씨가 평생 자기 재산이라곤 없이 운동화에 가방 하나 들고 떠돌며 살았잖아요? 최보따리가 꼭 그래요. 짚신 삶아가지고 산으로 도망 댕겨야 하니까 짚신 이거는 금방 떨어지거든요. 이만큼 삶아가지고 신고 보따리 싸가지고 지고 그것도 닮았고. 아주 흡사해요. 사람 감화시키는 이상한 마술적인 힘 이런 것도 아주 비슷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