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은 그의 품성만은 아니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고생하며 살아가는 교민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었다. 조금 나중에 쓴 글이지만, 그의 마음은 1985년 11월에 쓴 짧은 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뉴욕 한청련에서 만든 문화패 ‘비나리’ 창립공연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에서 윤한봉이 직접 쓰고 읽은 제문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무작정 미국을 ‘천사의 나라, 은인의 나라’로 착각하고 미국의 정책이면 무조건 찬성하는 동포들을 깨우쳐 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성과 이름에 따른 아무런 강요나 박해와 차별이 없는 이곳, 미국에서 버젓이 미국식 이름을 쓰고 있는 동포들, 그리고 자녀들에게 우리말 우리글을 가르치지 않거나 또 제때에 배우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은 동포들을 깨우쳐 주시옵소서. 조상의 얼과 민족혼이 서린 문화재를 몰래 빼내와 흥청망청 쓰고 사는 동포들이나 넋 빠진 유학생들, 그리고 조국과 밀무역하는 동포들을 깨우쳐 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동포들의 눈과 귀를 우롱하는 사이비 언론인들, 그리고 우리 동포들을 바보로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사이비 종교인들을 깨우쳐 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만리 이역 땅에까지 와서 동포들, 특히 불법체류 동포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못된 동포사업가들을 회개시켜 주시옵소서. 천지신명이시여!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고향산천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울고 있는 입양 청소년들의 눈물을 닦아주시옵소서. 그리고 할 짓 못할 짓 다하고 계시는 우리 동포 누이들의 한숨과 눈물을 없애 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선영이 있는 고향산천 나오셔서 말도 글도 안 통하여 고독하고 답답한 생활을 하고 계시는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한숨을 따사롭게 풀어 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무작정 해외로 빠져나와 불법체류자가 되어 차별과 착취를 당하며 불안과 근심 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우리 동포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불어넣어 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경제적 안정을 위해 과중하게 노동하는 동포들의 피곤을 씻어 주시옵고 일에 쫓기어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부모님들의 한숨까지도 위로하여 주시옵소서. 문화적 갈등과 가정문제 등으로 비뚤어져 가출한 청소년들, 그리고 잘못되어 교도소에 가있는 동포 청소년들, 비슷한 이유로 정신병동에서 고생하시는 우리 동포들이 하루속히 웃으며 가정과 동포사회로 돌아오게 하여 주시옵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