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히 여긴 이사들이 가끔씩 반찬을 해왔는데, 특히 성악가 이길주는 요리솜씨가 좋아서 그녀가 찬을 만들어 오는 날은 잔칫날이 되었다. 민족학교 이사들은 하나같이 인성이 훌륭한 이들이었지만, 이길주는 그 중에서도 천사라 불렸다. 일본인 2세와 결혼해 살면서 어떤 이념이나 조직에도 구애되지 않고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돕는 일이라면 어디나 쫓아다니는 천성이 맑고 선한 여성이었다. 민족학교에 대한 어떤 중상모략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항상 밝은 얼굴로 나타나 맛있는 걸 나눠주고 가는, 스스로 철이 없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사는 그녀를 두고 윤한봉은 빙그레 웃으며 말한 적이 있었다.
“아이구, 이길주 씨는 전생에 그냥 나무에 앉아 노래만 하던 새였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