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이 터지기 사흘 전인 5월 15일에도 윤한봉은 8명의 후배들과 광주 두암동의 한 야산에서 이 문제로 필담을 나눴다. 필담은 버터를 바른 판지에 비닐을 덮어 만든 문자판에 글씨를 쓰고 비닐을 들어 지워버리는 것으로, 누군가 들을까봐서였다. 주변이 훤히 보이는 야산을 택한 것도 나무가 우거지면 누군가 숨어서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여덟 명의 참석자는 윤한봉 외에 정상용, 정용화, 이양현, 윤강옥, 김영철, 박용준, 윤상원이었다. 그는 필담으로 물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오면, 민중이 함께 하는 폭발적 상황이 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국군보안대장 전두환이 제2의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국권을 장악하리라는 정보가 확실해지고 있을 때였다. 윤한봉은 강조했다.
‘지금의 광주운동권은 혁명적 상황에 대처할 역량이 없다. 마음의 준비조차 되어있지 못하다. 우리 모임에서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