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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34-분리가입2019-01-0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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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UN 분리가입과 눈물

 

90년부터 동구권과 소련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그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던 남부조국 UN 단독 가입이 91년 7월에 북부조국도 UN 가입을 신청함으로써 남북 동시 UN 분리 가입으로 확정되어 버렸다. 불가항력적인 UN 분리 가입이라고 해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들은 만약 남.북부조국 동포들이 침묵해 버리는 마당에 해외 동포들까지 침묵해 버리면 국제사회는 코리언들 모두가 다 자기 조국이 분리 가입하는 것을 동의,지지하는 것으로, 심지어 통일을 포기해 버린 것으로 간주할 수 있으니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UN 분리 가입 이후의 새롭고 올바른 통일운동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도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은 후,조국의 UN 분리 가입일인 8월 17일에 UN 본부 앞 평화공원에서 ‘UN 분리 가입 항의 침묵농성’을 하기로 결정했다.


동부지역 회원들과 나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세 개의 걸개그림을 세워놓고 침묵농성을 시작했다. 걸개그림은 89년 단식 농성 때 미국과 UN이 우리 조국을 톱질하여 두 토막내는 ‘어제’라는 제목의 그림과 90년 단식농성 때 미국과 UN이 남,북부 조국을 찢어서 떼어놓는 ‘오늘’이라는 제목의 그림,그리고 새로 그린 ‘내일’이라는 제목의 그림이었다. 새 걸개그림은 남북이 통일되어 환희의 춤을 추고 있고 우리민족에게 미국과 UN이 꽃을 들고 축하하는 내용이었다.


경찰들의 저지 목책에 둘러싸여 농성하고 있던 회원들은 UN 총회에서 분리 가입이 통과되고 남, 북부 조국의 깃발을 게양하는 시간이 되자 모조리 그곳으로 몰려갔다. 나는 두 깃발이 나란히 올라가는 광경을 차마 볼 수가 없어 참담한 심경으로 농성장에 남아 있었다.

회원들은 깃발 게양대 건너편 인도에 서서 ‘우리의 소원’을 부르고 ‘Korea is one’을 목 놓아 외쳤다. 그러다가 두 개의 깃발이 천천히 올라가자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환영하기 위해 태극기를 들고 몰려왔던 동포들도 분위기에 눌려 감히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거나 박수를 치지 못하고 조용히 서 있다가 떠나갔다.


각국의 언론들은 같은 날 리투아니아인들이 자기 조국이 독립하여 UN에 가입한 것을 축하하며 환호하는 모습과 우리 회원들의 흐느끼는 모습을 함께 집중 취재했다. 한편 LA에서는 UN 가입을 축하하는 행사로 넋 빠진 남부조국의 연예인들이 출연한 ‘소리여,천년의 소리여!’라는 공연이 있었는데 LA 회원들은 그 공연장 입구에서 ‘소리여,분단의 소리여!’,‘소리여,분열의 소리여!’라는 가로 글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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