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 형, 좀 나와 보시요. 큰일이 터졌소.”
나가보니 라디오에서 충격적인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유신헌법이 선포되었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헌법은 폐기되고 국회는 해산되었으며 모든 대학에는 휴교령이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윤한봉의 인생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는 자기 방에 돌아와 공부하느라 펼쳐 놓았던 책과 영어사전을 볼펜, 연필로 마구 찍어대고 황소처럼 벽을 머리로 들이받으며 고함을 질렀다.
“그때 내가 뒤집어졌지. 방에 들어와 가지고 보던 책에 볼펜으로 찍어불고 사전 찍어불고 벽에다 박치기하고. 어떻게 화가 나는지, 뭐야 나는 너무 무시당한거지. 국민들 알기를 이 새끼들이 벌레로 알고 있구나. 어린애 취급하고, 바보취급하고. 아 내가 공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 나는 공부는 끝이다. 나는 앞으로 저놈들하고 싸워야겠다. 다른 놈들같이 시시하게 안한다. 나는 목숨 걸고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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