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언행록

 
 
 
제목증오로 운동해서는 안 되다. 운동은 사랑으로 해야 한다2018-12-16 11:29
작성자

미국과 유럽에는 반전반핵을 위한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여러 약소국에서 온 정치단체들이 자국의 문제를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었다. 한청련과 한겨레는 이들이 벌이는 국제적인 평화운동에 동참함으로서 한반도의 평화통일 염원을 널리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나아가 한청련 주도 아래 ‘반전반핵을 위한 국제연대’를 조직했다. 이 단체야말로 한국의 진보운동사에 기념비적 조직이랄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전쟁과 군사독재를 겪으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망명했으나 다른 민족들과 연대해 공동투쟁을 한 경우는 없다고 해도 좋았다. 미국에 수십 년이나 살았던 이승만이나 훗날의 김대중도 다른 민족과의 연대투쟁 같은 데는 관심이 없었다.

얼핏, 민족주의와 국제주의는 서로 대치되는 이념처럼 보일 수 있다. 인류 역사에는 한 민족이 타 민족을 지배하거나 배척하는 배타적 민족주의로 인한 전쟁으로 얼룩져 있기 때문이다. 윤한봉의 민족주의는 그러나 각 민족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세계의 모든 민족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조하며 살아가자는 사해동포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이야말로 올바른 민족주의요, 진정한 국제주의였다.

윤한봉의 사해동포주의 사상은 그가 미국에 도착해 다른 여러 민족들을 만나면서 깨우친 것이지만, 그 근원을 따져보면 이미 국내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박애주의에 기초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귀한 존재이며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은 유전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어려서부터 각인되어 있었다. 약한 자, 힘없는 자, 억압받는 자에 대한 유별난 동정심과 애착이 그 반영이었다. 민족에 대해서도 그랬다. 모든 민족이 귀한 존재이며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약한 민족, 피해 받는 민족에 대한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 민족만이 위대하다거나 자기 민족의 이익을 위해서는 타민족을 밟아도 좋다는 식의 배타적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먼, 모든 민족과 인종이 결국은 하나의 동포라는 이 사해동포사상이 가장 잘 표현된 말이 ‘타민족 형제들’이었다. 다른 민족도 모두 나의 형제와 같다는 의미의 이 말이야 말로 윤한봉의 평생을 지배한 사상을 잘 표현해 준다. 그 사상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증오로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운동은 사랑으로 해야 한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