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재판과 까마귀
구술자: 근데 나 뿐만 아니라 여기 다 써있지만 법정에 가면 인제 재판을 받으면 인제 주모자급이 처음에 32명이 같이 받았어. 면담자: 아 선생님 재판은 어디서 받으셨어요? 구술자: 서울 고등군법. 비상군법에 의해서. 계엄령 하니까. 면담자: 조사자체 연행도 거기서 하셨어요? 구술자: 아니 여기서 했지. 여기 인자 전남도청, 구 전남도청에서 이렇게 정문에서 나오면은 여그 인자 분수대 이쪽에 있고 그러잖애. 여기 상무관 있고, 지금 있는 민주의 종인가 뭐인가 이상한 거 세워놨는데 그 자리가 차고지라고 그러는데, 거기에서 허술한 일제 때 건물이 있었어요. 거기가 전남도 경찰국 공작분실이라는 자리야. 거기서 인제 쉽게 말하면 간첩 잡는 곳이지. 고문하는 곳이야. 우리도 거기 잡혀 갈 때까지 지나다녔지만 몰랐지. 허술하니 단층 일본 건물이 있었거든. 그것이 전남도 경찰국 공작분실이여. 정보과라하지 지금. 거가 인자 빨갱이 잡는 곳이지. 거기서 수사를 하지 거기서. 그래가지고 인자 끝나고 나서 광주 경찰서하고 서부 경찰서 이렇게 나눠서 넣는데 세상에 4월 달에 들어갔는데, 5월 말인가? 내가 6월? 두달간 있었어 거가. 그러면서 돈이 없으니까 뭐 사 먹을 수도 없고, 그래가지고 거기서 완전히들 유치장생활 두 달하는 바람에 삐짝 말라 브렀지. 빈혈 걸려블고. 그래가지고 인자 서울 구치소로 올라가가지고, 인제 국방부로 다니면서 군법회의 재판을 받은 거지. 면담자: 몸은 서울 구치소에 있고, 조사나 재판 받으러는 군법회의소. 구술자: 그렇지, 긍게 인자 주모자급이 처음 받은 사람들이 숫자가 많으니까 나눠서 그렇게 하는데, 주모자급 재판이 한 32명 있었는데, 한마디로 말해서 변호사들끼리 자기네들끼리 한 애기가 뭐냐면 내가 여기다 썼는데, 전남대생들은 찾을라면 간단해, 까마귀만 찾으면 돼, 다 집에서 넣어줘 가지고 한복 딱 입고 있는데, 나하고 강이씨, 정길이, 관복 아주 흉악무쌍한 색깔이지, 그 색깔이 푸리댕댕한거 물 빠진 것들. 그거 입고 초라하게 앉아 있으니까 까마귀라고, 긍게 뭐냐면은 같은 지방이어도 대구 경북이나 부산 애들은 부모들이 인자 다들 경제력이 있으니까 어떻게든지 영치금도 넣고, 법정에도 오고, 재판에도, 옷도 집어놓고 책도 집어놓고, 우리 전라도 어머니들은, 부모들은 감방에 간 경험도 없고 돈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책도 안 들어와 브러. 옷도 없지, 하여간에 비참해 브렀지, 인자 형선이하고 덕희만 한복을 입었는데 나중에. 그것도 뭐냐믄 그 들어가니까 감방장이 인제 대학생 그러니까 순진하게 본거지. 그래갖고 앉어, 일어서 그런 식으로 신고 받을 라고 한디, 둘이 패블고 방장자리 차지하고는. 면담자: 평정을 했군요.(웃음) 구술자: 응 평정을 하고, 야 이 너 시끼 한복 벗어 건방진 새끼야, 옷도 뺏어 입어 블고, 인제 그 친구들은 옛날 고등학교 때부터 주먹 좀 쓰고, 유도 좀 하고 그랬던 친구라. 그래갖고 이제 이 놈들이 일화가 있지. 대학생들이 이래도 되는 거예요? 지그들끼리 물어보고(웃음). 대학생들이라면 이놈들은 물정모르는 순진한 부잣집 도련님 정도로 생각했다가 혼나븐 거지. 그래갖고는 나머지는 전부 비참해브렀지. 그다음에 내가 어떻게 여기서 공작 분실소에서 조사받을 때 내가 많이 뚜들어 맞은 이유 중의 하나가 본적, 전남 강진 칠량면 동백리, 여기 강자가 무슨 강자지? 나 한자 모르는데요, 이런 0새끼, 장난하지 말고 무슨 강자야? 아 나 진짜 한자 모른다고요. 그러니까 rid 일어나서 두들겨 패는 거야. 지그들끼리 미리 알아, 미리 다 사전 싹끼고 있더라고 들어가 보니까. 모범생에다 뭐 어쩌고 일고 나오고, 그러니까 인제 자기 본적을 한자로 못 쓴다니까 믿어 지것어. 그러니 디지게 맞았지. 그래갖고 인자 얻어맞으면서 악을 쓴거지, 나도 화가 나니까. 내가 알고도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갖고 내가 그때부터 한자를 안 쓰기 시작해갖고 이렇다고 그랑께는 이런 0새끼가 성깔이 째깐할 때부터 이새끼는 반골이었구만 그래갖고는(웃음) 디게 그놈의 한자 때문에 디지게 맞았고만. 그 뭐냐면은 국민 학교 내 짝꿍이 가난해서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나만 광주로 왔는데 그때는 우리 집이 아버지가 보증서 갖고 망해갖고 학비를 못대게 됐어. 그래서 내가 조대부중에서 장학 3년짜리 장학생을 뽑아서 거그 가갔고 3년 장학금 받았거든. 그래갖고 인자 고등학교는 일고로 와브렀는데, 인제 와서 보니까는 고학하는 애들이 많더라고. 인제 신문배달하고 어찌고 그리고 내가 여름방학 때 내려갔더니기 친구가 서당에를 다닌대. 숲 속에 있는 서당인데 친구 생각 한다 그래갖고 붓글씨 쓰게 창호지, 먹, 붓 이런 거 사갖고는 서당에를 찾아갔어. 둘이 인제 소나무밑에 앉아서 야 너 서당에 다니지 말고, 광주 올라 와 갖고 신문배달하고, 그때는 인제 쇼빵이라고 그래갖고 이게 엄청 부풀어 오른 빵을 저녁에 돌아다니면서 찹쌀떡처럼 팔고 그랬다고. 쇼빵이요, 쇼빵. 그라믄 그런거 팔고 그러믄 내가 시간나믄 나도 도와줄게 학교 같이 다니자. 이 친구는 인자 자존심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지나 놓고 보믄 그때는 몰랐는데, 한문을 모르믄 사람노릇을 할 수가 없다고. 논어, 공자 맹자를 몰라를 몰라서는 사람 노릇하기가 힘들고 그래서 나는 서당에를 다닌다, 무슨 소리 하냐 우리 아버지가 그러고 우리 큰형님이 그러는데 큰형님이 대학 다니고 다 집에서 다학 다닐 때니까 한글이 세계에서 제일 좋은 글이고, 인자 그때 이승만이가 들어와 갖고 한글 전용 정책 펴고 그럴때, 곧 있으면 한문 못 쓰게 되고, 배울 필요도 없고, 나도 서당에 다녔지만 새끼야 암 소용없는 것이야, 그러니까 아니다 한자가 중요하다 그래서 둘이 싸움이 붙어갖고 내가 인제 일어나갖고는 소리를 지르면서 내가 만약에 앞으로 한문을 쓰게 되면 호로 0 상놈의 새끼라고 악을 썼지. 그 뒤로부터는 안 써븐거지. 뭐냐믄 어릴 때부터 서당에 다니고 그러면서 사자성어라는 게 무서운 거라고 일종의 정치적 구호 같은 건데, 장부일언 중천금, 뭐 한다던가 일구이언 이부지자가 어떻고, 언행일치가 어떻고 뭐 이런 쓸데없는 것들이 그냥 남자는 베짱, 여자는 절개 이런 식이지. 긍게 서당에 다니는 나이 많은 사람들하고 맨 어울리다 보니까 쫄다구 노릇 하면서 듣는게 맨날 그런 소리야. 긍게 인자 한번 한자를 쓰면 호로 개 상놈의 새끼라고 맹세를 해노니까 그놈 지켜야한다고 해가지고 지금까지도 안 써브렀지. 그래갖고 그놈 땜에 디지게 뚜들어맞고, 애로사항 많았지. 이를테면 고등학교 때 집에서 용돈을 부쳐왔어 그때는 우체국으로 우편환 이런 걸로 많이 오는데, 그러면 우체국가서 돈을 찾을라면 지금은 한자를 안 써도 되는데 한자로 일금 이라고 써있으면 일천 얼마하고 한자로 써야한다고. 근디 인자 고거 쓰기 쉽지. 한자 형상이 있으니까, 일고 다닌다고 그때는 일고란 광주에서 이거(최고) 아니야? 사람 봐 갖고는 써주쇼, 그러믄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봐. 난 아직도 맹세해갖고 배래븐게 한 두 가지가 아닌데(웃음), 하여튼 그때 그렇게 해서 혼나고 그랬지. 그래가지고 인제 재판해서 다 들어갔는데, 서울 구치소에서 이심 끝나고는 인제 상고포기 그리고 형이 확정돼갖고, 안양으로.
면담자: 선생님 형이 얼마나 받았어요? 구술자: 그때 내가 15년 에다가 자격정지 15년, 긴급조치 1호 4호, 국가보안법, 내란 예비음모뭐 그렇게 됐지. 국가보안법으로 들어갔지. 그 다음에 나하고 정길이 김정길이하고 이강씨 서이 빼고 나머지는 인제 국가보안법이 빠졌지. 내란예비음모는 모두 들어가고, 그래 내란예비음도든 뭐든 아나 우리가 인자 진짜 막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법체계도 모르고 들어가 갖고 광주 경찰서에서 인제 그 공작부 수사 끝나고, 광주 경찰서로 넘어오니까 그때사 정식으로 형사들이 와서 조사를 받는 거지. 그래갖고 인자 취조를 받는데 이 자식들이 인자 그때는 독밖에 안 남을 땐데, 정부 전복할려고 했지? 그래, 아니라고 그랬어야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랬소 엎어 블라고 그랬소, 엎어 블라고. 그래갖고 내란일비 들어가고 그런 식이지 완전히. 그런께 공소장을 받았는데 인자, 기소가 돼 갖고, 기소장이지. 국가보안법 몇 조 몇 항 그런디 국가보안법 몇 조 몇 항이 뭐인지 알아야지. 옆방에 있는 정치범한테 도대체 국가보안법 몇 조 몇 항이 무엇이냐 그렁께 웃드라고. 그런 식으로 엉망으로 도대체 정치범도 될 수 없는 놈들을 정치범으로 몰아넣은 거지 인제. 우리도 그렇고, 너무 순진했고. 그라고 인자 안에서 통방 하면서 내란예비음모 정부 전복하자고 했던 부분을 부인하자 하고 짰어. 하이고 그냥 한 번 했다고 했는디 어떻게 엎냐이걸. 느가 뭐 한번 했다고 항께 밀고 가 블자. 다 안된다고 나만 빡빡 우기다가 압력을 너무 받아갖고 할 수 없이 그래 그렇게 하겠다 그러는데, 법정에서 진술을 하는데, 나는 이제 재판 받을 때 다른 사람들 세시에 만나거하고 두시에 만난거하고 차이가 없는데 아 그러 아니라 세시에 만난게 아니라 두시에 만났구요. 재판이 길어. 그래갖고 앉아 있는 사람들 지루하지. 나는 그게 싫어갖고는 검사가 읽어 가믄 그랬죠? 조금 틀린데가 있는데, 그렇다고 합시다. 그렇다, 그렇소, 나갈라고 하니까 유신헌법을 반대하죠? 내가 묶인 채로 여기까지 가 묶어가지고 뒤로 제껴 가지고 ‘부정한다’ 고, 아예 악을 써 브렀더니 마지막으로 딱 그러더라고. 정부 전복 할라고 했죠? 내가 ‘아뇨!’ 그랬더니 아니 엊그제 조사할 때는 했다고 했잖냐고 아 때려서 그랬지 내가 미쳤냐고, 거짓말 하는데 속으로 얼마나 부끄럽던지. 그래갖고 인제 다 승인하고 그거 하나만 싹 오리발 내밀었는데 그래 봤자지, 정치적인 사건이라 인자 공작분실에서 그때 분실장이 5일째 되는데 유치장으로 넘기면서 한 말이 참 그 사람 말이 기가 막힌 말이 뭐냐믄 양담배 주고 그러면서 나보고 이번 사건은 정치적인 것이다. 따라서 내일 나올 수도 있고, 평생 못 나올 수도 있고, 그 비관도 낙관도 하지 마라. 이건 정치적인 사건이다. 정치적인 사건은 원래 그런거다. 정치적인 환경이나 조건이 바뀌게 되면 너희들은 언제든지 나온다. 그 이야기 했더라고. 맞아요. 15년 어쩌고 했는데 그냥 열 달 쪼금 있다가 나왔으니까 전부, 그거 인제 민청학련 사건이라고. 민청학련 이름은 여기 다 썼지만, 다 알고 있겠지만 유인물 뒤에 뭐라고 쓸 것인가, 주최를 갖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민주 청년 총학생회 연맹, 민주청년학생 총연맹이라고 쓰자 해서 쓴 거지 그것이 조직이 아니거든. 조직이 있으라면 목적, 강령이 있어야하는데, 그것도 없고, 조직구성도 누가 대표고 뭐 대장이고 그런 것도 없고 그러니까. 인자 거기 인자 그것이 반국가단체로 몰기가 어려우니까 학생들의 순수성을 왜곡 훼손시키기 위해서 국민들 반공의식을 이용해서 만들어 낸 게 인혁당사건, 그 얹어브렀지. 그래서 이 양반들만 여덟 분이 희생을 당해브렀지, 그 고리로 여정남 선배 경북대 졸업생이 신 여정남 선배가 당해 브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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