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 날리는 추위 속에서도 언 손을 비비며 단결해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어떤 직위나 명예에도 관심 없이, 농민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려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타고난 모성애와 사랑의 마음이야말로 진보운동 내지 민중운동의 본질이라고 본 윤한봉은 여성들을 조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여동생 윤경자에게 제안했다.
“경자야, 쌀생산자대회에서 활약한 여성들을 조직해 양심수들의 옥바라지를 하는 단체를 하나 만들면 어떻겠냐? 지금 광주교도소에 서울대생 김병곤 등 수십 명의 양심수들이 수감되어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잖냐. 우리가 가끔 책이며 돈을 모아서 영치해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응께, 여성들과 같이 해보면 어떨까? 이 거 아주 중요한 일이다.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갔는데 아무도 돌봐주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운동을 열심히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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