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통신

제목김희숙이 회고하는 합수어록2018-12-20 13:05
카테고리한청련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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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생님은 때와 장소와 대상에 맞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윤선생님 말씀은 항상 누구에게나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실례를 들어 주셔서 이해를 도왔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회원일 때 해주신 말씀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입니다.

착하게 사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시기 위해 미스 코리아 진선미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물론 미스 코리아 대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시지만 저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죠. 왜 미인대회에서 미가 1등이 아니고 3등일까? 아름다울 미보다는 착할 선 그리고 착할 선 보다는 참 진 진실 진리. 선은 악의 퇴비가 될 수 있다. 착하게만 살아서는 안 된다.

학습을 한 후 놀라워하는 저에게(무슨 학습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제게는 약간 충격적인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빙긋이 웃으시면서 어때 모르면서 안 할 수는 있어도 이제 알았으니까 알면서 안 하는 것은 죄를 짓는 거야라며 협박(?)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지식을 채우기 위한 학습이 아니라 실천하기 위한 학습이어야 함을 가르쳐주려 하신 말씀 같습니다.

무보수로 일하는 상근자들은 마당집에서 먹고 자야 하기 때문에 사생활이 없고 모든 생활이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당연히 단점도

쉽게 노출이 됩니다. 윤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상근자는 축구장에서 뛰는축구 선수와 같다. 관중들은 관중석에서 쉽게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 선수처럼 뛰라 하면 못한다. 상근자들이 잘 할 수 있도록 회원들이 도와주도록 하기 위해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조직은 생명체와도 같다.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여러 가지 이유로 맡은 역할을 해내지 못하게 되면 내 역할이 아니라고 모른 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역할까지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조직원들끼리 단점은 메꾸어 주려고 노력해야 하고 장점은 살려줘야 한다. 지도부에서 역할분담을 할 때도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있게 적시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지도자는 그 자리에 있다고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자리에 있지 않아도

그 사람이 지도적 역량이 있다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지도를 구하게 되어 있다.

마음 가는 데 돈 간다. 후원금을 받으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즉 신뢰를 받아야한다.

자기 자신도 변화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운동하는 사람은 운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한다. 신뢰는 생활 속에서 받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신뢰받지 못한다. 남편이 밖에서 운동한답시고 집에서는 가부장적으로 생활하면 부인이 신뢰를 안

하고 남편이 하는 운동도 신뢰하지 않는다. 딸이 운동한답시고 돌아다니면서

집에서는 청소도 안하고 게으르고 이기적으로 생활하면 부모님은 딸을 신뢰하지 않고 딸이 한다는 운동도 신뢰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일이라면 나는 믿는다하는 정도의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한다.

신뢰받기 위해 역지사지 언행일치 책임감 성실성 도덕성 판단력 근면검소 겸손 인사성 의분 등을 가져야한다. 어떻게 생활 속에서 신뢰받았는지 또는 신뢰를 받지 못했는지 틈틈이 윤선생님 당신의 경험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들도 해주셨습니다. 하도 재미나게 얘기하셔서 푹 빠져서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이러한 이야기들을 쉽게 이해하고 느끼고 생활 속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 차원에서 하시는 말씀이셨습니다.

운동가는 교육가이기도 하다.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을 이루어야 한다. 재생산이 중단된 운동은 운동이 아니다. 교육은 이론교육으로는 부족하다. 실천교육(솔선수범을 통해 신뢰를 받아야 한다. 실천교육은 구체적 생활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운동의 생활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꾸준한 학습과 운동의 생활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꾸준히 학습하지 않으면 의식이 흐려져 운동은 사라지고 생활만 남는다. 일상생활에서도 운동가의원칙과 자세를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

설거지를 해도 다 한 뒤에는 뒤처리를 깨끗이 해야 한다. 수도 뒤의 안 보이는 부분 바닥에 떨어진 물 등도 다 깨끗이 치워야한다. 운동하는 사람이 앞에 보이는 것만 깨끗하게 하고 안 보이는 부분은 더럽게 하면 그건 운동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다. 유성씨가 상근할 때 설거지를 끝낸 유성씨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유성씨 설거지 하는 거 보시고 유성씨 어머님이 우리 아들이 어떻게 이렇게 설거지를 잘 하냐고.

생활 속에서도 늘 고민해야한다. 주어진 환경 여건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조금씩 바꾸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일을 할 때도 이건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시도해보고 또 고민하고 시도해보고 조금씩 바꾸어 나가야한다. 그것이 운동하는 사람의 자세이다. 그래서 마당집에 가면 늘 조금씩 무언가가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어떨 때는 뭐 바뀐 거 없냐고 장난스럽게 물어보십니다. 잘 모르겠다고 하면 주변에 관심이 없다고 자기 주변에 늘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설명해주십니다. 예를 들어 소파가 앉으면 자꾸 꺼져서 불편하니까 판자를 소파 밑에 대어 놓았다든지.

사심을 버려야한다. 사심이 없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마당집은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의 삶을 실현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꿈과 감동이 있는 세상. 합리(合理)도 중요하지만 합정(合情)도 중요하다. 일과 놀이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문화운동은 문화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기 쉬운데 생활문화와 놀이문화를 개발하고 정착시키는 것도 큰 부분이다.

조국의 문제가 해결이 되면 미국의 문제 미국의 문제가 해결이 되면 다른 나라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 전 인류의 문제가

해결되면 동물의 권리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알라스카 물개 고추 지키기 운동이라도 해야 한다. 동물의 권리문제가 해결되면 풀 한 포기의 권리를 위해서 운동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하늘나라에서도 운동해야 한다.

윤선생님은 학습지도능력 또한 뛰어나셔서 여러 가지 학습도 지도해 주셨습니다. 역사와 철학, 조직 학습부터 세세한 것까지 정세분석의 중요성과 방법(정세분석의 성공, 실패사례, 정치적 판단력의 중요성과 강화 방안 (좋은 예 잘못된 예, 성명서 작성 방법 올바른 사업 활동 계획 수립 방법 등등) 또한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끊임없는 교육을 해주셨습니다. 말씀으로 실천으로.

운동은 주체적 조직적 과학적이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 일이 가지는 의의를 정확히 인식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서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업 활동을 계획할 때는 우리가 처한 주객관적인 조건을 파악해야한다. 객관적인 조건(타방-과학적인 정세 분석 국제 남부조국 북부조국 미국 동포사회 동향) 그리고 주체적조건(아방-현재 조직의 역량 분석, 조직의 현황)을 바탕으로 사업 및 활동계획을 수립한다. 목적과 의의를 분명히 인식하고 목표를 세워서 철저하게 준비해서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을 할 때는 항상 경중과 완급(덜 중요한 것 중요한 것 천천히 해도 되는 것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을 생각해서 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잣대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기에 어떠한 잣대를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없는 사람, 소외받는 사람, 억압받는 사람의 잣대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어떠한 세계관을 가져야하는가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세계관은 선생님의 생활에서 뚜렷이 드러납니다. 지역에 오시면 먼저 회원들과 후원자들의 근황을 묻습니다. 가장 힘든 회원들과 후원자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부터 챙기십니다.

한청련은 능력보다는 품성을 강조합니다. 윤선생님 자신을 스스로 마당집의 "소사라고 하셨습니다 .거창한 직함이 아니라 그냥 이러저러한 일을 하는 소사. 윤선생님 당신이 그러하시기에 나서는 것 좋아하고 실질적인 일을 하지않는 사람은 한청련에서 견디지를 못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윤선생님은 뺀들바우라고 하셨습니다. 회의 때 말만 많이 하고 실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뺀들바우였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은 곰바우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뺀들바우가 아니라 곰바우가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조직의 통일성을 유지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윤선생님은 정기적으로 다른 지역을 방문하셨습니다. 정세 사업 활동 같은 공적으로 들리는 이야기 그냥 다른 지역 회원 소식 같은 사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는 것들에도 교육적인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모범적인 곰바우 이야기 등. 사랑방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내듯이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교육을 대상에 맞게 재미나게 해주신 것입니다. 듣는 사람은 교육받는다고 생각 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에 남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계승해야 할 5.18 정신은 크게 항쟁정신과 대동정신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항쟁정신은 개혁과 혁신으로 대동단결은 통합과 통일로 계승해야 한다. 단결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일치단결과 대동단결. 일치단결은 강하지만 위험하다. 잘못하면 죄를 지을 수 있다. 일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밟아버리기도 한다. 대동단결은 크게 봐서 하나라는 것. 어정쩡한 입장에서 있어도 중간에서 있어도 안고 같이 간다. 아름다운 것이다. 죄를 짓지 않는다. 항쟁 당시의 자세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꾸준히 키워 가야 한다. 5.18은 가끔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고 일깨워 주고 반성하게 하는 역사의 거울이다. (윤선생님이 직접 해 주신 말씀과 국내에서 강연하신 비디오 자료를 통해 들은 말씀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윤선생님은 혁명가, 사상가의 모습과 함께 해맑은 소년의 모습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눈은 반짝이고 가슴은 뜨겁고 미소는 해맑았습니다. 손과 발은 항상 부지런히 움직이셨습니다. 잘못된 일과 시스템에 분노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사람들 가슴에 때로는 불을 지르고 때로는 꿈과 감동을 심어주어 조직화했습니다. 조직을 만들어 그때 그때 정세와 조직역량에 맞는 사업과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또 배우고 발전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직적으로. 배우고 발전한 만큼 그에 맞는 실천을 통해 또 배우고 발전하여 더 많은 사람의 지지와 동조 참여를 이끌어 내어왔습니다. 생활 속 학습과 실천을 통일적으로 바라보셨습니다. 많은 한청련/한겨레/후원자들은 그분을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철없고 날나리인 제게 어떻게 세계를 바라봐야하고 그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나는 어디에서 있어야하며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셨고 윤선생님은 삶으로써 가르쳐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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