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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반성2018-12-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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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봉은 먼저 북한 정부에 의한 일본인 납치에 대해, 자신이 과거에 옳지 못한 정보를 주장한 데 대해 사과했다. 무슨 나라가 할 일이 없어서 민간인을 납치하겠느냐며 극우보수들의 모략이라고 주장했는데, 최근 북한이 스스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함으로서 뒤통수를 맞았다고 했다.

1987년 11월 29일에 있었던 대한항공 KAL858기 폭발 사건에 대해서도 과거에 자신이 했던 말을 전면적으로 뒤집었다.

사건 당시 남한정부는 이 비행기를 북한공작원 김현희 등이 폭파시켰다고 발표했으나 운동권의 일부는 이를 믿지 않았다. 노동자 농민의 국가인 사회주의 북한이 리비아 사막에서 일하다 온 노동자 170명을 몰살시킬 리가 없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반공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안기부에서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윤한봉도 그렇게 말하고 다닌 한 사람이었다.

마지막 강연에서 윤한봉은 당시 자신의 주장이 오류였음을 시인했다. KAL기 사건은 노무현 정권이 만든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재조사 대상이었는데 이해동 목사 등 운동권 중심으로 이뤄진 분과에서 철저히 조사를 했음에도 북한의 소행임이 명백히 드러나 버렸다는 것이었다.

6.25전쟁의 발발과정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다르게 주장했다. 일부 운동권은 남침이 아닌 북침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고의적으로 전쟁을 유도했다는 남침유도설을 주장하고 있었다. 윤한봉도 그렇게 가르친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귀국 후 구소련에서 기밀 해제되어 국내로 반입된 방대한 문서들과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굴된 다양한 자료들을 읽어 보니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전쟁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든 6월 25일의 개전은 북한이 사전에 준비한 선제공격으로 시작되었음이 명백하다는 결론이었다.

윤한봉은 언제나처럼 자세한 자료를 들어 보이며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말들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그리고 사과했다.

“내가 할 말이 없는 거야 … 이제 신뢰가 없어져버렸어, 이럴 수가 있냐. 제가 이 자리를 빌어서 혹시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중에도 내가 일본인 납치, 그것도 조작이다, KAL858기도 조작이다 이런 얘기를 듣고 운동에 뛰어들어가지고 신세를 망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따가 끝나고 나한테 꿀밤을 주든지 개인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면 하겠습니다.”

농담을 섞어 말했으나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대개 사람들은 과거에 행했던 자신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사과하려 들지 않는다. 자기가 발견한 새로운 사실을 떠들어 과거의 오류를 덮어버리고 만다. 윤한봉은 그러나 철저히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이었다. 더욱이 죽음을 문 앞에 둔 반성이었다.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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