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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43-지역주의2019-01-09 10: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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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의 충격

 

나는 해외에 있을 때에도 조국에서 지역감정 지역갈등이 심해졌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심각한 줄은 귀국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최대 장애물이라는 것과 망국적인 암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95년 6.27 지자체 선거와 96년 4.11 총선 때였다.

나는 6.27 지자체 선거 때 DJ가 지역등권론을 주장하며 지역주의를 조장하자 그에 분노하여 지역등권론을 규탄하는 공개 질의서를 작성하여 서명 작업을 시작하였으나 예상외로 호응이 적은 데 충격을 받고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나는 그런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두 차례의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역감정은 이미 감정 차원을 넘어서 ‘주의’로 틀 잡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지역주의는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갈등에 토대한 것도 아니고 특정지역 세력이 다른 지역인들에 대해 법과 물리력을 동원해 억압과 착취와 차별을 하고 그에 저항해,당하는 지역인들이 분리, 독립, 해방운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또 그럴 가능성도 없는 지역주의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역주의는 그것이 패권적 지역주의건 대항적 지역주의건 간에 몇 개 지역에 강력하고도 배타적인 정치세력(정당)을 형성하여 합법적인 정권 쟁탈전을 벌이는 단계로까지 접어들었다.

나는 6.27 지자체 선거 때부터 그러한 지역주의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게 되었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지역주의가 심한 호남 지역,그 가운데서도 광주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고통은 더욱 심했다. 나는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이 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정치의 개혁과 발전을 이룰 수 없고 국민통합과 민족의 통일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여 기회만 있으면 지역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것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호소했다. 나는 소신을 가지고 강연과 토론과 언론과의 대담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사석에서의 대화,죽마고우들이나 옛 동지들과의 논쟁을 통해서도 그러한 노력을 되풀이 했다.

그런 활동을 통해서 지역주의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더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런 만큼 나는 지역주의 타파 노력을 더 강화해 나갔고 그럴수록 주위 사람들과의 토론이나 논쟁의 빈도나 강도도 높아 갔고 주위와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 되어갔다. 말도 잘 안 통하고 논리도 잘 안 통하는 사람들과 토론과 논쟁을 할 때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 몸부림을 쳤다.

내가 그동안 주장하고 호소해 왔던 내용들과 하고 싶은 말들 을 호지(가명)라는 후배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을 빌려 밝혀 보겠다.

 

호지!

며칠간 고향에 다녀온다더니 잘 다녀왔는지?

옆 좌석 손님들의 눈총을 맞아가며 서너 시간 동안 토론 아닌 논쟁을 하고 돌아온 그날 밤,나는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을 편히 자지 못했다네. 그날 밤 치미는 화를 못 참고 찻집을 나온 나는 늦은 밤거리를 한 시간 가량 무작정 걷다가 화가 조금 가라앉기에 집으로 돌아 왔다네. 자네를 다시 만나 그날 밤 일에 대해 사과도 하고 못 다한 이야기도 계속하고 싶기는 하지만 얼굴을 붉히며 헤어질 것이 두려워 대신 이렇게 편지를 통해 이야기하기로 했네.

그날 밤 자네는 날더러 호남인의 한 사람으로 어떻게 그렇게 지역차별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느냐고,어떻게 그렇게 제삼자처럼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따졌고 그 말에 화가 난 나는 자리를 차고 일어서 버렸지.

나라고 왜 지역차별에 대해 분노하지 않겠는가? 나도 5.16 쿠데타 이후 역대 정권에 의해 유지, 강화되어 온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이고 반국가적이고 반민주적인 패권적 지역주의와 비열하고 추악한 지역차별과 소외에 대해서 분노해 왔고 마찬가지로 현 YS 정권의 패권적 지역주의와 그에 따른 지역차별과 소외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다네. 나도 가장 심한 차별과 소외를 당하고 있는 가난한 호남인의 한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것들을 용납하고 용서 할 수가 있겠는가?

나도 이 저주의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지역차별과 소외를 없애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자네와 마찬가지 입장이고 또 자네처럼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네. 그러나 그런 목표를 달성하려 면 올바르고 과학적인 방도와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노력해야지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방도를 가지고 무원칙하게 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네.

그날 밤 자네와 나는 방도를 가지고 충돌했었지. 나는 지역주의 타파와 지역차별과 소외의 근절은 민족적이고 진보적인 민주정부 수립을 통해서 점진적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네는 호남 출신인 DJ의 집권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고,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지. 그날 밤 내가 깨달은 것은 자네와 나의 방도가 다른 것은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었네. 자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하나하나 지적해 가며 설명해 보겠네.

 

첫째,영남에 대한 우대와 호남에 대한 차별과 소외는 영남 출신 역대 정권에 의해 자행되었지, 영남인들에 의해 자행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네. 영남인들 중에는 호남에 대한 차별과 영남에 대한 우대를 주장하거나 동조 지지하는 못된 지역주의자들도 많이 있지만 역대의 부패,독재 정권과 학살 정권을 지지해 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망국적인 지역주의와 호남인들에 대한 차별과 소외에 대해 분노하고 호남의 빈곤을 개탄하며 호남인들에게 미안해하는 사람들,패권적 지역주의 정권,독재 정권 하에서 피해를 보고 고통을 겪은 사람들,우대를 받기는커녕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네. 호남인이라고 해서 전부다 차별과 소외와 빈곤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절대로 영남인들을 적대시하거나 가해자로 취급해서는 안 되네. 그렇게 하면 도리어 지역주의를 유지 강화시키고 패권적 지역주의 정권과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못된 정당들과 정치인들을 이롭게 해주는 셈이 된다네.

둘째, 우리나라에는 영남인들과 호남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네. 출신 지역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서울 거주자들도 있고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제주도 출신들도 많이 있지 않은가?

셋째, 지역주의의 피해자,지역차별과 소외의 피해자가 호남인들 뿐만은 아니라는 것이네. 자네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지역인들도 모두 다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은가? 지역주의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절대 다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네.

넷째,지역주의와 지역차별과 소외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네. 지역차별과 소외의 구체적인 내용은 크게 보아 거의 제도화된 각 분야의 핵심 요 직에 대한 특정지역 출신 인사 중심의 충원과 특정 지역 우대를 내용으로 하는 물적 자원의 지속적 불균등 배분이 아닌가? 그런 차별과 소외가 30년 이상 지속된 결과 부와 권력이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버렸기 때문에 만약 단기간에 무리해서 바로 잡게 되면 혼란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 역차별이니,또 다른 패권적 지역주의이니 하며 반발하고 나설 것일세. 지역주의 또한 설사 지역 간 불균등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지역감정과 그것을 이용하는 정치인 정당이 남아있는 한 절대로 단 기간에 소멸되지는 않을 걸세. 자네는 길게 보고 점진적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호지!

자네의 기본적 인식이 잘못되어 있다는 위와 같은 나의 지적에 대해 수긍하는가? 그날 밤의 태도로 미루어 보아 자네는 수긍하지 않을 것이네. 좋네. 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이야기 하고 방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겠네.

나는 ‘호남 출신인 DJ의 집권을 통해서만이 지역주의와 지역차별과 소외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DJ 임기 내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자네의 방도가 이 나라에는 영호남인들 밖에 없고 영남인들은 모두 다 가해자이고 호남인들만 피해자이며 지역주의와 지역차별과 소외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영호남인들 간에 입장과 처지를 한번 바꾸어 보자는 한풀이식 감정적 방도라고 결론지었다네.

 

호지!

어떤가? 자네가 감정을 좀 가라앉히고 ‘지역주의의 타파와 지역차별과 소외의 근절은 민족적이고 진보적인 민주정부 수립을 통해서 점진적,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나의 방도를 받아 들이고,그 대신 ‘민족적이고 진보적인 민주정부의 수립을 위해서는 DJ가 집권해야 한다. 왜냐하면 DJ가 자격과 역량 면에서 가장 훌륭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을 덧붙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네가 만약 그런 태도로 나오기만 하면 나와 자네간의 논쟁은 한 고비를 넘기고 생산적인 토론과 대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네. 왜냐하면 나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면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DJ가 가장 훌륭한 정치인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자네와 논쟁할 생각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고 있으니까 말일세. 이제 나는 DJ에 대한 자네의 평가를 존중하여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겠네.

그날 밤 나는 자네와 논쟁하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이 있다네 . 자네는 호남인들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차별과 소외에 대해서만 흥분하여 떠들었지,타 지역인들이 호남인들을 비웃거나 경멸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여하튼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네. 자네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지만 나는 타지역인들의 비웃음과 경멸이 우리 호남인들에게는 못된 정권들의 차별과 소외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네. 내가 타 지역 사람들과 만나 확인해 본 비웃음과 경멸의 이유는 아주 단순했네. 호남인들은 DJ와 그의 당이 잘하건 잘 못하건 맹목적으로 무조건 지지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네.

 

호지!

자네는 호남인들을 그렇게 비웃고 경멸하는 타지역인들에게 도리어 욕을 퍼붓겠지만 나는 부끄러움 속에서 그분들의 경멸과 비웃음과 그 이유 모두를 겸손하게 받아들였다네. 할 말이 없었다네. 그분들이 밝힌 야유가 틀렸는가? 사실이 아닌가?

DJ와 그의 당은 가도 호남인들은 여전히 호남인들로 남는다네. 나는 어떤 분이 “지금은 DJ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고 97년의 대선이 끝나면 호남인들도 이성을 되찾을 것이니 그때 가서 하라.”고 해서 한 마디로 거절해 버린 적이 있었다네. 그리고 기회만 있으면 DJ에 대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해 왔다네. 여러 잡지들과 대담 때도 그랬고 강연을 할 때나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갔을 때도 그랬다네. 95년의 어느 날 일부 전남대 교수들과 토론을 할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네.

“…우리들은 97년 대선 이후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DJ가 97년의 선거에서 승리해도 패배해도 역사는 계속됩니다. DJ가 선거에서 승리하면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집권기간 내내 건강한 비판을 계속해야 하고 패배하면 서둘러 이 지역의 절망과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자랑스러운 전통과 긍지를 되살려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들은 DJ 사후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DJ 사후에는 계승논리와 극복논리가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후광 기념사업회’니 ‘후광정신계승위원회’니 하는 것들을 만들어 놓고 ‘DJ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DJ 선생의 유업을 이어받자.’, ‘DJ의 한을 풀자.’라고 떠들며 호남인들의 DJ에 대한 정서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만들려고 날뛰는 정치인들이 계승논리를 펼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력을 키우자고,이는 훌륭했으나 이러 저러한 단점과 과오가 있었다고,극복할 것은 극복하고 계승할 것은 계승하자고 주장하는 극복론자들은 계승론자들로부터 ‘비열한 놈들,후광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는 입 다물고 있던 놈들이 이제 와서는 송장에 칼질한다고 공격받을 것이고 그러한 계승론자들의 공격 논리는 호남인들의 정서로 보아 상당한 호소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DJ 사후 몇 년간은 계승논리가 득세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송장에 칼질하는 놈, 비열한 놈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DJ 살아생전에 공개적인 비판을 계속할 것입니다. 타지역인들로부터 경멸과 조소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판을 계속할 것입니다.”

 

호지!

호남인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그렇게 DJ에 대한 비판을 열심히 해 왔겠는가? 자네는 왜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은 모르고 남에게 분노할 줄만 아는가? 호남인들을 경멸하고 비웃었던 타지역인들도 호남인들이 왜 그렇게 DJ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게 되었는가를 알고는 있었네. 그들도 호남인들이 박 정권의 탄압과 차별에 따른 고통과 저항 속에서 DJ와 일체감을 형성하였다는 것, 그 일체감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도덕적이고 뛰어난 경륜을 가진 이에 대한 존경심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그렇게 되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네.

 

호지!

맹목적 지지,무조건적인 지지는 지지가 아니라 맹종이네. 지지는 주체성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네. 주체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맹목적 무조건적인 지지를 할 수 있겠는가?

호지!

찢어버리지 말고 끝까지 읽어주기 바라네. 이번에는 자네를 포함한 호남인들의 원칙과 자세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네. 그동안의 두 차례 대선에서 호남인들이 그렇게 똘똘 뭉쳐 밀어주었어도 DJ와 그의 당은 계속 패배했네. 그런 패배의 경험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해 보았으면 자네는 냉정한 자세로 과학적인 원인 분석을 하고 올바른 대책을 세웠어야 했네. 자네는 여러 가지 원인을 대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예상보다 적은 타지역인들의 지지가 아니었는가? 자네는 타지역인들의 지지가 왜 적었다고 생각 하는가?

 

호지!

자네는 DJ와 그의 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한 호남인들이 도리어 이와 그의 당을 망쳤고 그런 맹목적인 지지가 결과적으로 타지역인들의 지지를 떨어뜨렸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자네도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겠지만 유권자들은 후보자만 보고 투표하는 것은 아니라네. 물론 후보자 개인에 대한 평가가 유권자들의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그 후보자 의 정당,가족,친지,측근 참모, 지지자들의 이모저모 또한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네.

그동안 호남인들은 부당하고 억울한 차별을 받아온 것 때문에 차별한 쪽은 무조건 악이고 피해를 본 자신들과 DJ와 그의 당은 무조건 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항상 다른 지역 사람들은 계속 피해만 당해 온 선한 자신들과 DJ와 그의 당의 편에 서줄 것으로 예상하거나 기대했다가 선거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그때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을 원망하는 일을 되풀이 해왔네. 그런 과정에서 호남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편협해지고 배타적이 되어버렸으며 또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주관적 사고와 감정적 판단에 빠져들게 되었다네. 남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지 않으면 호남인들은 자신들의 민주화와 지역 차별 타파와 DJ와 그의 당의 집권을 목표로 한 방도와 원칙과 자세에 대한 올바른 반성을 할 수가 없다네.

어떤 목적이나 목표가 정당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동조를 받는 것은 아니라네. 목적이나 목표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달성하기 위한 방도와 원칙과 자세 또한 주위의 동조와 지지를 끌어 모으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자네는 잊지 말아야 하네. 방도와 원칙과 자세가 올바를 때만이 참다운 힘도 나오고 강한 설득력과 호소력도 나오는 것이라네. 타지역인들이 다음과 같이 말하면 호지 자네는 어떻게 응답하겠는가?

“당신들은 반성할 줄을 모르는 독선적인 사람들이다. 87년 대선 때 대가 신민당을 분열시키고 대선 후보로 나서는 바람에 정권 교체도 못했고 극복해야 할 지역감정도 도리어 심화되었다. 당신들의 지도자인 DJ는 뒤늦게나마 생각이 짧아서 그랬다며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때 열광적으로 DJ를 지지했던 당신들은 조금도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반성을 안 했기 때문에 95년 후반기에 DJ가 터무니없이 민주당을 분열시켰을 때도 당신들은 그러한 분열에 대해 또다시 무조건 지지해 버렸고,4.11 총선 패배 이후에도 그러한 자신들의 지지 행위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신들은 원칙도 일관성도 없다. 당신들은 민주화를 외치면서도 DJ가 그렇게 비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도 침묵했고, 선거 때마다 그렇게 말 많은 후보 공천을 해도 이의 없이 지지해 주었고, 또 국민회의의 강령을 민주당의 그것보다 더 보수화시켰어도 변함없이 지지해 주었다.

당신들은 학살정권 타도,전-노 일당 처단을 외쳐왔으면서도 DJ가 5공 청산에 합의해 주어도,노태우의 공약이었던 중간평가의 유보에 동의해 주어도 침묵해 버렸고,민주당의 이기택 당수가 12. 12 군사쿠데타 관련자들 기소를 주장하며 강경투쟁을 시도했을 때 DJ가 은근히 방해를 했어도 침묵해 버렸다.

당신들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면서도 6.27 지자체 선거 때 DJ가 지역등권론을 주장함으로써 지역주의를 자극하고,충청지역의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던 JP와 그의 당을 이롭게 했어도 침묵해 버렸다. 더 나아가 당신들은 92년 대선 때와 6.27 지자체 선거 때 그렇게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민주당을 DJ와 그의 추종자들이 분열시키고 나오자마자 언제 지지했었냐는 듯이 민주당을 비난하기 시작했고,심지어는 DJ와 그의 당이 민주당을 신한국당의 2중대로 몰아도 그에 대해 침묵하거나 동조해버렸다.

또 당신들은 JP를 그렇게 비난해 왔으면서도 DJ와 JP가 가까워진 듯 싶자 JP에 대한 일체의 비난을 중단해 버렸고,그렇게 5.18 진상 규명과 학살자 처단을 외쳐왔으면서도 DJ가 학살 원흉인 노태우와 야합하여 20억 원을 비밀리에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어도 침묵해버렸다. 또한 당신들은 그렇게 3당야합을 규탄했으면서도 DJ와 그의 당이 4.11총선 이후 쿠데타 원조요,부패 원조요,지역차별 원조일 뿐만 아니라 5.18특별법 제정까지 반대했던 JP와 손잡기 시작해도 침묵하거나 지지하고 있다.

우리들은 당신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쿠데타 원흉이요 학살 원흉이요 독재자요 지역차별주의요 부정부패의 화신이었던 박정희,JP, 전두환, 노태우 일당에 대해 과감하게 저항 비판하고, 민족적이고 진보적인 민주정부 수립과 지역주의,지역차별의 타파와 부정부패의 청산과 5.18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영웅적으로 투쟁해 온 데 대해 진심으로 존경해왔다. 그러나 당신들이 DJ와 그의 당의 과오에 대해서 비판은커녕 원칙도 일관성도 내팽개친 채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계속해서 보내는 것을 보고 우리들은 혼란에 빠졌고 더 나아가 DJ와 그의 당 그리고 당신들에 대해 회의와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충청인들은 JP가 충청인들의 지역감정을 조장하기 시작하자 사회 지도층 인사 2,000여 명의 이름으로 그것을 규탄하는 성명서를발표했고,대구경북인들도 노태우, 전두환의 구속에 대해 일부 TK 지역 인들이 불만을 터트리자 사회지도층 인사 500여 명의 이름으로 그런 언동들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 했으나, 당신들은 DJ의 민주당 분열이나 20억 수수나 JP와의 야합에 대해 아예 침묵해 버렸다.

당신들은 반성할 줄도 모르고 원칙도 일관성도 없고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정권에 대한 비판은 가차 없이 하면서도 건강한 내부 비판은 할 줄을 모른다. 당신들의 확고한 원칙과 일관성 은 DJ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지지이고 당신들의 자세는 배타적이고 독선적이고 이중적일 뿐만 아니라 편협하고 옹졸하다.

당신들은 그동안 DJ와 그의 당이 과오를 되풀이 해 온 이유가 당신들이 해야 할 건강한 비판과 견제는 않고 해서는 안 될 맹목적 지지만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지는 않는가? 당신들 중의 일부 인사들이 하는 DJ와 그의 당에 대한 건강한 비판마저 배신행위,이적행위라도 되는 것처럼 비난 공격해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지 않는가? 당신들은 당신들의 아집과 독선 때문에, 잘못된 방도와 원칙 때문에 우리 같은 타 지역 사람들을 설득하여 동조,지지하게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지 않는가? 우리 같은 동조 지지자들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 가?

당신들은 정말로 DJ와 그의 당이 원칙을 내 팽개친 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세력을 키우고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면 그리고 그에 대해 당신들이 무조건적으로 지지만 하면 집권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라도 해서 DJ와 그의 당이 집권해야만 이 나라가 민족적이고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나라가 되고 이 땅에서 지역 차별이 철폐되고 지역주의가 소멸되리라고 믿고 있는가?

맹목적 지지도 정도가 있어야지 , 세상에 DJ가 노태우로부터 20억 원을 받은 데 대해 비판하자 수천억 원을 받은 YS는 공격 않고 왜 20억밖에 안 받은 DJ만 공격하느냐며 도리어 1원도 안 받은 우리들을 비난하는 그런 자세를 가지고 어떻게 우리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타지역인들은 YS와 그의 당의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하고 DJ의 20억 수수만 비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독선적인 자세,큰 부정은 죄가 되고 작은 부정은 좌가 안 된다는 식으로 강변하고 어떤 사람으로부터 어떤 돈을 받았느냐는 것은 덮어 버린 채 다른 사람보다 적게 받았다는 점만 강조하여 변명하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자세 때문에 우리들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호지!

찢지 할고 뭐라고 응답할 것인가를 궁리해 보소. 또 호남인 들이 타지역인들로부터 왜 그런 지탄을 받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소. 호지 자네도 잘 알고 있듯이 역사적으로 호남인들은 침략 외세와 폭압적 권력을 상대로 해서 위대한 투쟁정신과 대동정신,그리고 높은 진취성 엄격성 헌신성 도덕성을 발휘하여 선구적이고 대승적인 투쟁을 줄기차게 전개해 왔네. 그런 역사적 전통 때문에 호남인들은 그동안 차별과 소외 속에서도 그 누구도 무시 못 할 역사적 정치적 권위와 상징성을 유지 보존해 왔었네.

그런데 그렇게 자랑스러운 전통과 권위와 상징성을 가진 호남인들이 90년대 들어와 보여주고 있는 이 편협성과 배타성과 이중성과 보수성과 정치적 허무주의와 냉소주의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자네는 광주가 빛고을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네. 나는 벽고을이라고 생각하네. 자네는 광주가 민 성지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네.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네. 현재는 민주망지네. 자네는 광주가 진보적인 도시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네. 형편없이 보수적인 도시네.

호남인들이 왜 이렇게 자신들의 과오와 실책에 대해 올바른 반성은 하지 않고 무조건 남만 원망하고 모든 책임을 밖으로만 돌리게 되었는가? 왜 이렇게 옹졸해졌는가? 왜 이렇게 긍지와 자존심을 잃고 살아가게 되었는가? 왜 이렇게 냉소와 조소까지 받게 되었는가? 왜 이렇게 5.18까지 외면당하게 만들었는가?

 

호지!

자네는 광주사회조사연구소에서 96년의 4.11 총선 직후 설문 조사한 결과 5.18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것을 찬성하는 비율이 호남에서는 83.3%인데 반해 중부권은 35%,중청권은 32.8%, 부산권은 37.7%, 대구권은 30.7%로 나타났는데 그러한 찬성 비율은 7개월 전인 95년 9월에 같은 연구소에서 같은 내용을 가지고 조사하여 얻은 찬성비율과 비교해 보았을 때 호남권에서는 7.2%가 늘어난데 반해 중부권은19.2%,충청권은 14.2%,부산권은 14.6%,대구권은 10%가 각각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네.

또한 자네는 4.11총선에서 가장 많이 신한국당을 지지한 부산의 신한국당 지지율이 55.8%이고 자민련을 가장 많이 지지한 충남의 자민련 지지율이 51.2%인데 비해 가장 많이 국민회의를 지지한 광주와 전남과 전북의 국민회의 지지율은86.2%,71%,63.7%였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하네.

자네는 그 두 차례의 설문 조사 사이의 7개월 동안에 노태우 전두환의 엄청난 부정축재 사실도 드러났고 12.12와 5.18의 진상도 많이 밝혀졌으며 더 나아가 두 학살 원흉에 대한 재판까지 시작되었는데도 5.18 국가기념일 제정에 대한 타 지역의 찬성비율이 올라가기는커녕 왜 그렇게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가? 혹시 그 7개월 사이에 DJ가 노태우로부터 20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호남인들이 침묵했을 뿐만 아니라 4.11 총선에서 국민회의에 표를 덜 주기는커녕 92년 14대 총선 때보다 9% 정도가 더 많은, 엄청난 표를 몰아준 데 대한 반발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철저히 반성해야 하네. 그동안의 과오와 실책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하네. 그리고 늦었기는 하지만 건강한 내부 비판을 시작해야 하네. 알 것 다 알고 있으면서도 대중 정서와의 충돌, 그로 인한 소외와 고립이 두려워 침묵하고 있는 호남의 지성인들과 운동가들,그리고 속으로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호남의 대중들부터 설득해 나가야 하네. 그렇게 해서 점차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나가야 하네.

그리고 우리 호남인들부터 타지역 출신 인사나 타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들 중에서도 설사 그 사람과 당이 영남 출신이거나 영남에 기반을 둔 정당이라 할지라도 민족적이고 진보적이고 민주적이라면,그래서 이 망국적인 지역주의와 지역차별을 타파,근절시킬 수 있는 의지와 자세를 갖춘 사람이고 정당이라면 적극적으로 밀어줄 수 있는 대승적 자세, 열린 자세를 갖도록 해야하네. 우리호남인들이 먼저 주체적 반성을 하여 정당성을 확보한 후 올바른 방도와 원칙과 자세를 가지고 지역주의 타파와 지역차별과 소외의 근절을 위해 싸워 나가야 하네. 그렇게 해야 DJ와 그의 당을 바로 잡을 수 있고 타지역인들의 더 많은 동조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네. 그렇게 해야 우리 호남인들의 권위와 상징성을 회복할 수 있고 긍지와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네. 그렇게 해야 5.18의 명예도 되찾고 5.18의 정신도 제대로 계승하고 5.18의 전국화도 이루어 낼 수 있네. 그렇게 해야 현 YS정권의 옹졸하고도 추악한 패권적 지역주의와 지역차별 정책을 힘있게 비판해 나갈 수 있고 더 나아가 영남, 충청 지역의 지역주의와 영남, 충청 출신 지역주의자들을 당당하게 비판해 나갈 수 있게 되네.

그렇게 호남인들이 앞장서서 지역주의를 극복해나가기만 하면 비록 DJ와 그의 당이 집권에 실패한다 할지라도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은 있으나 지역주의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들을 비판하고 줄서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해 정계 일선에서 밀려나거나 정계 입문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한시가 급한 정치개혁과 민족적이고 진보적인 민주정부 수립도 할 수 있게 되고 마침내는 이 망국적인 저주의 지역주의,지역차별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게 되네 .

끝으로 몇 가지만 다시 강조하겠네. 지역차별은 영남 출신 역대 정권에 의해 자행되었지,영남인들에 의해 자행된 것이 아니네. 절대로 영남인들을 가해자 취급하거나 적대시해서는 안 되네. 그들도 피해자들이네. 우리와 그들은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한 핏줄이네 .

영, 호남인들이 서로 미워하는 것은 지역주의를 권력 유지나 장악을 위해 교묘히 조장 이용하는 못된 정권과 여, 야 정치인들을 도와주는 것이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네. 지역주의를 통해서 지역 간의 계급적 정치적 단결과 연합을 아주 쉽게 막을 수 있는데 어떤 정권이 지역주의를 이용해 먹지 않겠는가? 지역주의를 통해서 특정 지역에 확고한 정치적 기반을 손쉽게 확보 유지할 수 있는데 어떤 정당이 지역주의를 이용해 먹지 않겠는가? 몇 마디의 말로 지역인들의 지역감정을 자극 조장함으로 써 수많은 표를 끌어 모을 수 있는데 어떤 정치인이 지역주의를 이용해 먹지 않겠는가?

자네는 충청지역의 지역주의 발생 과정과 심화 과정을 보지 않았는가? 충청지역의 지역주의가 차별과 소외 때문에 발생 심화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지역주의를 이용하여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절대 다수이네.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못된 정치인들과 각 지역인들은 운명공동체가 아니라네. 자네는 DJ와 그의 당이 지역주의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가? 수혜자요 이용자라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가?

 

호지!

속지 말아야 하네. 이용당하지 말아야 하네. 망국적인 분열주의인 이 저주의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지역주의를 반대 비판하는 영남 충청인들을 비롯한 타지역인들과 굳게 연합 연대해 나가야 하네. 세계가 비웃는 이 터무니없는 지역주의를 하루 빨리 극복하고 민족의 통일을 준비해 나가야 하네. 그리고 드넓은 국제사회로, 무한 경쟁의 국제사회로 눈을 돌려 민족의 존엄과 권익을 지켜 나갈 준비를 해 나가야 하네.

 

호지!

끝까지 읽어 주어서 고맙네.

자네나 나나 한 열흘 더 생각을 정리한 후 다시 만나서 생산적인 토론을 계속해 보세. 이번에는 내가 먼저 연락을 하겠네. 잘 자소.

 

96.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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