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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곰바우2018-12-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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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삯도 없고 호텔비도 밥값도 없었다. 지원자들이 어렵게 돈을 모아 비행기 표는 끊어줘도 현지에 도착하면 막막했다. 먼저 먹여주고 재워줄 사람이 있는 도시부터 찾아다녔다. 짧게는 한 달, 때로는 필라델피아처럼 몇 달씩 한 도시에 머물며 미리 소개받은 한두 명 의식 있는 청년부터 시작해 조직 작업을 해나갔다.


“세상 돌아가는 데 맞춰 살려고 남의 눈치나 보고 운동을 통해 어떻게 자기를 내세워 볼까 하는 뺀들바우는 필요 없어요. 우리에게는 곰바우, 돌쇠 같은 사람이 필요해요. 어떤 역경도 묵묵히 이겨내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진솔하고 우직한 사람이 필요해요.”


인선의 기준이었다. 그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자기를 희생할 생각이라곤 없이 머릿속으로만 진보를 논하는 뺀질이인가, 아니면 곰처럼 우직하고 성실한 사람인가부터 탐색했다. 능력보다 인성이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언변이 좋은 사람도 진정성을 갖고 헌신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권력을 쫓아 배신하거나 독선과 아집으로 운동에 장애를 가져올 것이었다. 반면, 당장에 필요한 지식이나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올곧은 품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오랜 운동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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