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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난 담배를 서서 필 자격이 없어요2018-12-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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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위해 허용한 유일한 낙은 담배뿐이었다.

새벽에 눈 뜨면 피기 시작해 잠들기 전까지 줄담배를 피웠다.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서 몇 번 끊어 보기도 했으나 결국 다시 피웠다.

이 고통스런 흡연 행위조차도 그는 부끄럽게 여겼다.

광주항쟁 때 죽은 이들을 생각하며, 쾌락을 즐기는 자신을 경계했다.

그는 망명으로부터 20년이 지난 2천 년 대까지도 여전히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곤 했다.

누가 물으면 허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먼저 보낸 동지들 때문에 서서 필 자격이 없어요.”


광주항쟁은 윤한봉을 영원히 나올 수 없는 정신적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4개월 만에 로스엔젤리스로 이동하면서 지은 새로운 가명은 김상원이었다.

도청에서 계엄군의 총에 최후를 마친 후배 윤상원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후배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을 잊지 않기 위함이었다. 아니,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어 차라리 끌어안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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