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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유럽에 간 한청련 문선대2018-12-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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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라, 네 온갖 서러움, 더러운 네 굴욕과 수모…”

웬만한 가수보다 뛰어난 정승진의 가창력이 수백 명의 유럽인 청중들을 감탄시키는 동안, 뉴욕 한청련 회원 최용탁은 준비한 슬라이드를 무대로 쏘았다. 광주학살의 참상과 무기를 들고 봉기한 시민군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한 장씩 스쳐갈 때마다 유럽인들은 고통스런 신음을 냈다. 손수건이나 손등을 눈에 올리는 이들도 곳곳에 보였다.

이어지는 마당극의 분위기는 또 달랐다. 미국에 대한 해학과 풍자는 관객들을 폭소에 빠뜨렸고, 극의 말미에 죽은 영혼이 긴 흰 천을 가슴으로 가르며 달려가는 장면에서는 푸른 눈의 관객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박력 넘치는 사물놀이와 함께 반전반핵, 양키고홈의 구호를 외치며 무대를 뛰어 돌자 다들 박수를 치며 앵콜과 부라보를 외쳤다.

1991년 10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한 강당에서 열린 공연이었다. 주최는 IRA, 곧 아일랜드공화국군으로, 강당 바깥과 거리에는 무장한 영국군이 삼엄한 경계망을 펼치고 있었다. 공연자는 정승진을 단장으로 한 한청련 문화선전대 1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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