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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크리스마스 트리2018-12-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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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판매도 그 중 하나였다. 미국 북동부 해안지대의 겨울은 종잡을 수 없는 한파와 폭설의 연속이었다. 늦가을까지 황홀한 단풍으로 물결치던 센트럴파크도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남고, 미국 전역에 3백만 명이나 된다는 노숙자들도 어둠 속으로 찾아드는 계절이 오면 수십 명의 한청련 회원들이 뉴욕으로 모여들었다. 다른 재정사업은 각 도시별로 진행했는데 이 일만큼은 전국의 활동가들이 뉴욕에 모여 연합사업으로 진행했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나무를 전시하고 배달하고, 24시간 돌아가며 지켜야하기 때문이었다.

회원들은 11월 말부터 한 달 간, 혹독한 추위 속에서 제자리 뛰기로 시린 발을 풀어가며, 대소변도 제대로 못 보면서 나무를 팔았다. 뉴욕에 거주하는 회원들은 주로 식사를 맡았는데 꽁꽁 언 회원들에게 차가운 빵과 음료수를 줄 수는 없었다. 한 달 간, 매 끼니마다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만들어 판매 장소마다 돌아다니며 배급하는 것도 대단한 노고였다.

트리용 전나무는 맨하탄 중심가의 야채가게 ‘델리’ 앞 등 몇 곳에서 팔았는데 나무는 뉴욕 한청련 재정부장이자 ‘델리’의 주인인 강병호가 도매상에 가서 싣고 왔다. 강병호는 본인의 점포관리만 해도 너무 바빠 거의 잠을 못 자는 사람이었다. 평소에도 모임에 오면 꾸벅꾸벅 졸았는데 트리 장사까지 하느라 고생했다.

전나무가 팔리면 본인이 차에 싣고 가기도 하고, 차가 없는 사람은 회원들이 배달까지 해주었는데 파는 것도 문제지만 지키는 것도 문제였다. 1%의 부자들의 재산이 나머지 99%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극단적인 불평등의 나라였다. 얼마나 어려우면 크리스마스트리까지 훔쳐가는 이들이 있었다. 밤이 되면 빌딩 사이로 몰아쳐오는 영하의 칼바람이 코와 귀, 손가락을 잘라가 버릴 듯 매서웠지만 회원들은 교대로 보초를 섰다. 그래도 훔쳐 달아나는 사람이 있으면 소리치며 쫓아가 빼앗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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