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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8-고립2019-01-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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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고립


윤한봉은 교민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민족학교를 도와달라고 했다. “민족학교는 재미동포 1, 2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곳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갖고 살아가게 하고 조국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곳입니다.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보급하고 동포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처음 반응은 대단히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이 바뀌었다. 하나 둘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방해공작때문이었다.

 

윤한봉이는 남한 독재정권의 앞잡이다. 미주 운동을 분열시키고 파괴하기 위해 독재정권이 보낸 프락치다.”

윤한봉이가 배를 타고 왔다는데 타고 내리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권력의 보호 없이 태평양을 밀항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광주에서 운동경력이 있던 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고문을 받고 변절한 게 틀림없다.”

 

윤한봉은 펄펄 뛰었지만 원로들의 여론몰이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이런 모함을 독려한 곳은 다름 아닌 한국영사관이었다. 1980년 광주 시민들을 학살하고 권력을 잡은 전두환 군사정권은 영사관을 통해 요주의 인물들을 한인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썼다. 영사관의 모함은 영향력이 컸다. 한인단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윤한봉과 민족학교를 비난했다. 내용은 기상천외한 수준이었다.

 

윤한봉은 북에서 밀봉교육을 받고 온 공작원이다.”

민족학교에는 김일성 사진이 걸려 있으며 인공기가 휘날린다.”

민족학교에서는 가끔 사람이 증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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