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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걸어서라도 들어가자2018-12-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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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표는 얼른 달려가 덥석 그의 손을 잡았다. 뛰어 가다 말고 느닷없이 손을 잡힌 윤한봉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표 아니냐? 너는 왜 여기 있어?”

“어제까지 광주에 있다가 나왔어요. 형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윤한봉은 자신의 처지를 대충 설명하고 힘껏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광주로 돌아가자! 저 차를 타면 들어갈 수 있어!”


두 사람은 곧장 무장 버스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미 도로가 모두 차단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노인과 부녀자들이 탄 버스까지 기관총 세례를 받아 몰살당하는 판이었다. 나주의 무장 버스도 사람만 모았을 뿐, 광주로 들어가지 못하고 시간만 끌었다.


“차량이 안 되면 걸어서라도 들어가자.”


윤한봉의 결정에 따라 두 사람은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은 후 광주를 향해 길을 떠났다. 광주에서 나주를 거쳐 목포로 가는 국도는 광주에서 나오는 차들은 있었으나 들어가는 차는 없었다. 모든 차량과 사람이 광주를 탈출해 남쪽으로만 향하고 있었다.

피난 대열을 거슬러 올라 남평 다리에 다다랐을 때였다. 다리 건너에 군인들이 쏟아져 검문소를 설치하고 있었다. 인근 야산에는 베트남전 때 쓰던 시커먼 헬기들이 날아와 공수부대원들을 토해냈다. 다리를 건너온 사람들마다 가까이 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발길을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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