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언행록

 
 
 
제목고문12018-12-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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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경찰서로 연행된 윤한봉은 수사과나 정보과가 아닌 유치장 옆의 숙직실로 끌려갔다. 이미 물고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높고 튼튼한 의자 두 개를 사람 키 정도로 떨어뜨려 세워놓고 팔목 굵기의 튼튼한 몽둥이를 걸쳐 놓았는데 지저분하게 젖은 수건이 널어져 있었다. 바닥에는 희뿌연 더러운 물이 반쯤 담긴 플라스틱 물통 하나와 찌그러진 양철 주전자, 그리고 물 먹은 걸레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앞서 20일간 여러 후배들이 끔찍한 고통을 당했던 현장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두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소리쳤다.

“네가 악질 윤한봉이냐? 팬티만 빼고 다 벗어!”

더럭 겁이 났지만 두 번 옥살이를 한 투사답게 옷 벗기를 거절했다.

“싫소!”

대답과 동시에 몽둥이질과 욕설이 시작되었다. 비썩 말라 뼈와 가죽밖에 없는 몸에 무참히 몽둥이찜질을 한 그들은 강제로 그의 옷을 벗기고 두 다리를 뻗고 앉게 했다. 익숙한 솜씨로 그의 양 손목에 신문지를 겹겹이 두른 후 수갑을 채운 그들은 상체를 짓눌러 수갑 찬 두 팔 사이로 무릎을 세워 넣게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몽둥이를 끼운 다음 옴짝달싹 못하는 그를 발로 밀어 쓰러드렸다. 몽둥이가 받치고 있어 완전히 넘어지지도 못하고 비스듬히 쓰러져 있으려니 몽둥이 한쪽을 눌러댔다.

“으아악!”

몇 차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게 만든 그들은 양쪽에서 몽둥이를 번쩍 들어 그를 의자 사이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저분한 수건을 얼굴에 덮은 후 협박했다.

 

“이 물에는 특수한 약을 타 놓았다. 마시면 너는 영원히 남자 구실을 못하게 된다. 위장도 엉망이 된다. 마실 테면 실컷 마셔라. 그리고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할 준비가 되면 둘째손가락을 까딱까딱 해라.”

 

주전자 속의 물이 수건 위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숨이 막혀 몸부림을 치다 못해 물을 들이마시자 순식간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죽을 것 같아 버둥대며 둘째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수건이 치워지고 질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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