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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농대 앞 풀을 베다2018-12-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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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후문 오른편은 농대가 조성한 축산용 목초지일 때였다. 만 평이 넘는 넓은 땅에 가득한 목초를 베어 사료로 쓰는데 기계화가 안 된 시절이라 인부를 고용해 베었다.

윤한봉은 축산과 출신임을 내세워 교수들을 찾아가 일당 주고 사람을 사느니 자신들을 쓰면 풀 베서 번 돈을 좋은데 쓰겠다고 했다. 교수들도 흔쾌히 응해주었다. 다들 팔을 걷어붙이고 힘겹게 풀을 베는데 학생들은 무심히 웃고 떠들며 지나쳤다. 이에 입이 거친 김남주가 화가 나서 욕을 퍼부어대기도 했다.

“이 시발놈들아! 느그들은 이놈의 세상이 뭐가 그리 좋아서 킬킬거리고 웃고 사냐?”

풀베기는 이틀 만에 경찰의 압력으로 끝나 버렸다. 대신 농과대학 앞 잔디밭의 잡풀 뽑기도 했다. 일당은 하루 만원이었다. 국립대라서 저렴하기는 했지만 전남대 한 학기 등록금이 15만원일 때니 적지 않은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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