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언행록

 
 
 
제목바닷가에 홀로 앉아2018-12-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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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혼자서 이십 리쯤 떨어진 바닷가까지 걸어가 바위에 앉아 몇 시간씩 상념에 빠졌다. 학교 다닐 때도 간간이 시와 수필을 썼던 그는 정수사에 머무는 동안 흠뻑 바다에 도취해 버렸다. 윤한봉은 이때 품었던 이야기를 30년이 지난 1996년에 쓴 짤막한 수필을 통해 퍽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색만 하고 있는 산보다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바다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몇 시간씩 바닷가에 홀로 앉아 있곤 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는 서로 속이야기를 털어놓을 정도로 바다와 친해졌다. 18세가 되던 여름 어느 맑은 날 고향 바닷가 바위 위에 앉아 내가 전부터 궁금하게 여겼던 몇 가지 것에 대해 물었더니 바다는 눈을 지그시 감고 중간 중간에 긴 한숨을 토해가면서 낮으나 힘이 들어있는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나도 눈을 지그시 감고 바다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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