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봉선생을 추억하며

 
 
 
제목윤한봉 선생이 우리에게 남겨준 소명 (장광선)2018-12-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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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봉 선생이 우리에게 남겨준 소명

 

장 광 선/필라한겨레동포연합

 

우리가 민족민주통일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조국에 대한 향수나 단순한 민족애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민자로서 이 땅에 자자손손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극대화한 자본주의와 개인주의로 인해 자기 정체성을 잊어버리고 이웃과 사회 심지어는 부모, 형제자매까지도 외면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무사안일한 개인적 성공의 장밋빛이 우리를 끝없이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유혹에 빠진다면 우리의 정신은 황폐해지고 질시와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됨으로써 번영된 미래를 자손에게 물려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에 이웃과 사회, 조국에 대한 우리의 연대와 의무를 끊임없이 재확인하고 우리 자신들을 건전하고 정의롭게 가꾸도록 노력해야합니다. 자녀들에게 남겨준 올바른 정체성은 우리를 다른 모든 민족 성원에게서 존경 받게 하고 더욱 더 이 땅에 번영의 뿌리를 내려나가게 할 힘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민족민주통일운동에 참여하는 까닭이고 자신과의 끝없는 투쟁이기도 합니다.

조국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운동을 자신과의 투쟁으로 인식하면서 이것을 개개인의 의식화가 아닌 조직적이며 대중운동적으로 발전시키게 된 계기가 바로 5·18 민중항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기층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미국에 망명한 윤한봉 선생의 지도력은 우리를 튼튼한 운동조직으로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청년연합과 한겨레동포연합은 대중운동조직단체로서,

첫째, 지속적인 조국역사, 문화, 사상, 정치정세 학습활동을 통해 자기정체성 확립을 이루었습니다. 분단된 조국을 하나의 조국으로 인식하고 치열한 냉전구도를 허물기 위해 대화와 협력의 장을 열어나간 국제자주평화통일행사는 우리 조직의 자랑스러운 사업 중 하나입니다.

둘째, 기존 동포운동조직들의 소수 선각자와 학자들의 모임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 활동력이 왕성한 청년층의 관심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고 노동자와 소상인들을 운동의 주체로 받아들였습니다.

셋째, 운동을 생활화하는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한 끼 금식, 각종 폐품 모으기 등으로 활동자금을 마련하고 엽서쓰기, 전보 보내기 등의 작은 노력들이 바로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연계되는 활동임을 깨닫게 한 것입니다. 아울러 전통 공동체 문화인 풍물을 여러 행사에 사용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불러오게 하였습니다.

넷째, 주류사회를 향한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광범위한 정치, 사회 각계각층, 그리고 타민족 형제자매의 유대강화를 위해 힘썼습니다. 정치 문화 홍보원과 봉사교육단체 운영, 그리고 의회 로비활동 경험 등은 대중운동과 전문화 기관운동을 잘 조화시킨 예입니다.

다섯째, 차별받는 소외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사회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민자들과 서류 미비자들을 위한 권익옹호 활동은 소수민족운동을 우리 조직이 이끌어가는 모범적인 활동사례입니다.

여섯째, 진보운동은 바로 자신의 희생과 기득권의 양보임을 자각하게 하였습니다. 지도자나 간부, 혹은 일반 회원이나 후원자로 활동하던지 상관없이 모든 참여자들은 그 활동이나 조직 때문에 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명성이나 어떠한 정치적 이득을 얻은 바가 없습니다. 오로지 순수한 헌신만이 사회변혁의 가장 큰 원동력임을 깨닫고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바라기로는 우리가 이제까지 진행해 온 위와 같은 조직활동이 보다 강화, 확산되어 우리의 정치력이 이 땅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더 많은 후배들이 주류에 당당하게 합류하는 큰 물줄기를 형성해가기를 소망합니다.

이것이 28년 전에 5·18 민중항쟁이 우리에게 던져준 소명이며 윤한봉 선생의 유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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