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봉선생을 추억하며

 
 
 
제목진짜 유기농 같은 사람 (이성심)2018-12-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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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유기농 같은 사람

 
이 성 심/


화창한 어느 봄날 멀리서 실눈을 뜨고 한가득 논에 핀 빨간 자운영 꽃 위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아지랑이와 윤한봉씨의 눈이 마치 엊그제 봤던 것처럼 그 위에 겹쳐 떠오르곤 한다.

 

80년 초 San Francisco의 강연회에서 남편과 난 그렇게 한봉씨를 처음 만났다. 그 후 몇몇 청년들과 함께 우리집에 초대되어 오신 한봉씨는 그야말로 오염이란 단어조차 무색하리만치 진짜 유기농 같은 사람이었다. 모두가 그렇듯이 나 역시 단번에 반하고 말았다.

 

박식하면 지혜롭지 못하고 자칫 따뜻함 또한 결여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모든 것을 이처럼 완벽하게 갖추어진 사람이 있으니어찌 한봉씨를 만난 것이 축복이라 하지 않을까. 신이 존재한다면 네게 또한번 한봉씨와 같은 분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주었으면 한다.

 

그 분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남겨놓고 떠나셨다. 며칠 전에 만난 이만영 선생님, 그리고 L.A. 기순 언니, 옆집 혜자 언니, 우린 한봉씨 얘길하면서 모두가 너무 아쉬워하고 그리워한다. San Jose밤도 서서히 깊어간다. 오늘 밤 꿈속에서 혹시 그 특유의 머리를 극적이며 환하게 웃으면서 나타나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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